우리 집은 내가 초등학생 때부터 아파트를 임대로 왔다갔다하고, 빌라나 원룸에서 살았었다.
사실 그때는 쪽팔린 줄은 몰랐는데, 나이를 쳐먹다 보니까 친구들에게도 눈치가 보이고 쪽팔리고 그랬었다.
그러던 어느날, 당시 16세 중3이었던 내가 친구 집에 갔는데 그때 우리 동네가 잘사는 곳이었는데,
그에 반면에 그 잘사는 동네에서 쭉 가다 보면 주공 아파트, 휴먼시아, LH아파트 같은 복도식 아파트들이 있었다.
친구 집에 가보니 집이 심각하게 참 넓더라. 집이 무서 그냥 놀이공원인 줄 알았다.
드레스 룸이란 것이 있는 줄 처음 알았고, 우리집에 있는 좁은 베란다가 없었으며, 화장실이 앗, 내 방의 4배더라.
내 방은 고시원 수준이었는데 친구집 방은 거실보다 넓더라.
그때 너무 놀라서 친구에게 물어봤다. “이거 임대 아니지??” 하니까 내 친구가 어리둥절하게 “임대가 뭐야?” 이러더라.
그래서 내가 “근데 혹시 다른 애들도 이런 집 살아?” 하니까 내 친구가 “당연하지, 그럼 뭐 어디 살아?” 이렇게 말해서 너무 속상한 나머지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집 구경 좀 해도 된다고 했는데, 친구가 의아하게 알겠다 했다.
방이 참, 무슨 책상이랑 침대랑 분리되어 있고 컴퓨터까지 들어가더라.
심지어 책장이랑 책꽂이도 있었다. 내 방은 이상한 바구니에 가족들 속옷 다 넣어놔서 샤워할 때마다 노크도 안하고 들락날락 거리는 방인데.
심지어 내 침대는 책상이랑 연결되 있어서 지우개 가루가 침대에 샤프심이랑 사방이 엉망이었다.
친구가 방 소개 다 시켜주고 있는데 때마침 그 애 부모님이 왔다. 그래서 그 애 부모님이랑 인사하고 다시 친구 방에 들어가서 과일을 먹는데, 친구가 노래를 트는 거라니. 그리고 친구랑 통화를 방에서 하더라.
난 그때 너무 놀랐다. 아니 노래가 밖으로 전혀 새어 나가지 않으며 통화도 할 수 있는 집이라니.
너무 부러웠다. 그래서 집에 가서 부모님에게 물었다. “엄마, 우리는 이사 안 가?” 하니까 부모님이 하는 말이 “이사를 간다”는거다.
근데 간다는 곳이 주공 아파트 임대 아파트더라. 아 그때 생각하면 너무 우울하다. 여기까지만 쓸게.
혹시 너네들 생각에 내가 이상하고 예민했던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는 학창 시절 때 부모님이 너무 원망스러웠고 집이 좁은 게 너무 싫었다.
23평에서 4명 살았는데, 참 너무 원망스러웠다. 현재는 그렇지 않지만…아무튼 그때 경제적인 격차를 많이 느끼게 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