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창시절 주소가 무슨빌라 지층 혹은 B땡 호로 되어 있으면, 학기 초에 선생님들이 지하에 사는 아이들을 불러서 급식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차례로 선생님한테 이름이 불릴 때마다, 이름 불린 애들끼리는 ‘아, 재도 우리집도 이렇게 못사는구나’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2. 어린 시절에는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학교에 가니, ‘우리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보자기처럼 비웃었습니다. 그 후로는 절대로 집에 아무도 들이지 않았습니다.
3. 지금까지 사귄 여자친구들은 모두 제 몸이나 옷에서 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반지하의 곰팡이 냄새가 난다는 걸 돌려 말하거나, 곰팡이 냄새를 아예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 냄새가 좋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4. 친구들과 통화할 때 집에서 받으면 지하라서 통화가 잘 안 되는데, 매번 전화가 끊겨서 친구들이 ‘무전기를 쓰냐’고 했습니다.
5. 성인이 되고 나서도 지하방은 낙인처럼 따라다닙니다. 고등학생 때 주소를 보면, B0호 또는 지층으로 되어 있는 주소가 민증에 적혀있으니, 어디서든 민증을 보여주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6. 회사에 취직했을 때 주소가 지하방이라 상사들이 ‘자취를 한다’고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그냥 ‘자취한다’고 해서 회사에서는 저를 자취생으로 알고 있습니다.
7.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엄마와 함께 보러 갔는데, 지하방 이야기가 나오니 너무 불편했습니다. 마치 우리집 이야기 같았습니다. 영화는 잘 만든 듯 합니다.
암튼 지하방에서 살면서 겪은 이야기는 너무 많지만, 생각나는 것들만 일단 적어 봤습니다. 혹시라도 집값이 싸다고 해서 지하를 선택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건강에도 안 좋고, 이상하게 주눅들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