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게 꼬박꼬박 좋은 태도 보이려고 애쓰면서 오랜 시간 참아도 기회가 닿지 않으면 문이 전혀 안 열림작가는 정말 좋은 대본 쓰면 무더기로 쌓인 대본들 틈바구니 속에서 결국 누군가가 진가를 알아보거든.
그 대본 그대로 작품 만들지 않아도 그 실력을 보고 일을 맡기기도 하니까.
그런데 배우는 정말 혹독함일본으로 치면 일단 기획사의 픽업을 받아야 함.
일본 기획사가 배우 자원을 뽑는 방식은 배우 지원서를 받고 오디션을 보지만 연기력을 테스트하는 게 아님.
카메라 테스트와 성격, 끼임. 배우를 하고 싶다고 어필해도 기획사가 인정해야 함.
그게 아니라면 가수쪽으로 갈 수도 있음.
거기서 성공하면 지상파 방송국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매년 주인공 할 수도 있음.
그게 아니라면 준주연의 자리에 올라간다는 건 정말 어려움.
가끔 가뭄에 콩 나듯이 극단의 중견 배우, 다른 분야의 유명인사가 배우 데뷔하는 경우도 있긴 있음.
오디션으로 일본에서 배우하려면 특촬물이 대세임. 특촬물은 오디션으로 뽑음.
그만큼 편견이 있고 하려는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임.
그나마 기획사의 입김이 덜하고 연기만 하고 싶은 사람들의 보루임.
그런데 특촬물 배우가 주류 배우 – tv, 영화쪽으로 진출한다는 건 너무 어려움.
오다기리 조라는 성공 사례가 있지만 이제는 기획사가 자기들이 키운 배우들이 아니면 tv의 준주연에 서는 경우가 매우 드물 정도로 완전 장악했음
한국은 오디션으로 스타배우가 될 수 있는 길이 비교적 열려 있음.
작가주의의 전통이 있기 때문에 작가, 감독은 80년대에도 오디션으로 배우를 뽑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해왔음.
드라마는 이런 오디션으로 배우선발하는 게 비교적 최근이었음.
왜냐면 그 이전에는 방송국 전속 탤런트들도 있었기 때문임.
그리고 캐스팅 과정에서 기존의 이름이 알려진 배우들을 마음대로 뽑아서 출연 목록을 통보해버리면 그만인 시절도 있었다고 함.(이 당시에는 방송국의 영향력이 매우 셌음)
2000년대 들어서 오디션으로 연기만 잘 하면 준주연, 조연에 바로 캐스팅되는 시대가 열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에게 열린 기회가 아님. 조연 연기와 엑스트라 연기, 주연급에게 기대하는 연기 스타일은 모두 다름.
어투와 표정의 밀도, 몸짓의 크기부터가 배역의 성격과 비중을 모두 고려해야 함.
이걸 이해하는 배우들은 젊은 층에서 매우 드뭄.. 전략적인 관점에서 오디션에 맞추는 연기 스타일을 지도하는 사람들은 국내에서 많지 않다고 생각함.

그런데 이걸 알면 날라다닐 가능성이 매우 높아짐..
연출자의 관점, 기대, 화면에서 보이는 연기 톤과 시청자들이 체감하는 대사 톤, 종합적인 연기스타일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먹히는 연기 스타일’을 지도받는 건 기획사의 자본력과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임.
그래서 김혜윤이라는 배우를 알고 깜짝 놀랐음.
10대 후반 시기에 혼자 단역으로 현장을 다니면서 감각을 익힌 사례는 한국 배우 역사에서 전무후무함..
이런 진로 설계를 업계 관계자 도움도 안 받고 혼자 했다는 것, 꾸준히 실천했다는 것이 무척 놀라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