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알바지만 가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하면 개취급 당하고 사장을 돈 주는 호구라고 생각하고 상전처럼 일하면 상전 대접받는다.
일했던 편의점 중에 하나는 원래 사장 가족들 + 사장 친구가 로테이션 하던 곳이었는데 내가 들어가게 됨.
첫날 사장이 말하길 자기 가게는 대충대충 일하는 곳이 아니라며 손님이 과자 한 봉지를 사가면 바로 한 봉지를 채워넣어야 한다고 했음.
사장이 말한 대로 한 봉지 사가면 한 봉지 채우고 컵라면 한 개 사가면 한 개 채워넣는 식으로 하니 알바하는 시간 내내 계속 뛰어다녔음.
그런데 이상한 건 내 전 타임이 사장 동생이었는데 나처럼 꽉꽉 채워놓는 게 아니라 그냥 보통 편의점들이 그러하듯이 한 두 개 빠져있는 건 채워져 있지 않았음.
그런데도 내 다음 타임인 사장은 과자가 한 봉지라도 빠져 있으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고 지적을 했음. 무슨 편의점 시찰단처럼 교대 시간이 되면 편의점 전체를 한 바퀴 돌면서 조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은 꼭 지적을 했는데, 라면 가루가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다거나, 컵라면이 한 개가 안 채워져 있거나, 심지어 백오피스에 빗자루가 청소함에서 조금 삐져나왔다고 지적함.
전자렌지는 1년은 청소 안 한 것 같아 보이는데 마치 제사 한 번 안 지내던 집이며느리들이고 갑자기 제사 치르는 것처럼 왜 전자렌지는 안 닦았냐고 이렇게 더러우면 어떤 손님이 쓰고 싶어하겠냐고 뭐라 하기도 함.
전기료 많이 나온다고 한 겨울인 1월에도 난방을 못 켜게해서 옆에 있는 전기난로라도 틀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근무 시간에 갑자기 찾아와서 전기난로를 계속 틀고 있지 말고 잠깐 켰다가 끄는 식으로 아끼라더라. 얼음장 같은 실내에서 뜨거운 음료 한 개 빼서 손에 쥐고 벌벌 떨면서 일했음.
그렇게 해도 고맙다는 말 한 마디는 커녕 교대할 때마다 별의 별 사소한 걸로 트집잡으면서 뭐라함.
가족 끼리 운영하다가 알바 하나 쓰니 돈 나가는 게 싫었는지 그런 식으로 괴롭히면서 일 시켰던 거 같음. 근무 시간 내내 물건 하나 빌 때마다, 그것도 선입선출에 맞게 채워넣느라 내내 뛰어다니는데 어느 날 나보고 손님 왔는데 앉아서 인사했냐고 동네 장사인데 나 때문에 컴플레인 들어왔다며 예의가 없다느니 하길래 너무 억울하고 서럽고 기분 나쁘고 어처구니 없고 별의 별 감정이 다 들어서 당일날 집에 돌아가서 그만두겠다고 통보함.
사장이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느낌상 사장 지인 중에 하나가 꼴에 알바한테 갑질해보겠다고 컴플레인 건 것 같은데, 한 겨울 얼음장 같은 실내에서 난방도 못 키게 한 거나, 별의 별 트집 잡아서 안 그래도 죽도록 일하는 나를 더 일하게 하려고 한다거나, 잘못도 아닌 걸로 컴플레인 거는 손님 한 명 있었다고 마치 내가 동네 장사하는 자기 편의점 평판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뭐라 하는 걸 보면, 나한테 나가는 비용이 너무 아까워서 괴롭히는 걸로 위안을 삼으려고 하는 놀부심 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들었음.
그 편의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알바가 개처럼 일하면 사장은 고마워서 좋은 대접을 주는 게 아니라 개보다 못한 취급을 한다는 걸 깨닫고 다음 편의점에서는 아주 상전처럼 시키는 일도 어거지로 하고 배짱 부렸더니 사장이 나한테 일을 부탁하는 것 처럼 설설기더라.
너네들도 좋은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면 사장도 좋은 마음으로 나를 대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사장은 돈 주는 호구라고 생각하면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아둬라.
그리고 이런 인식이 퍼지게 되는데는 위처럼 본인의 이익만 생각하는 사장들 탓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