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G.: 상두의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적인 결말에 동의했다가 나중에는 효진씨도 살려달라고 했다면서요?
-공효진: 원래 시놉 자체가 ‘딸을 구하려다가 상두 혼자 죽는 거라고 작가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이승에서는 방해하는것들이 너무 많고 이뤄지기 힘들다.
그래서 상두를 은환이 가슴에, 다른 주변캐릭터들이나 시청자들 가슴에 묻고 싶다.
상두랑 나도 13.14부찍으면서 “죽여야 돼요. 맞아요. 죽여주세요. 사람들이 아무리 살려달라 그래도 꼭 죽이셔야 돼요.”그렇게 얘기했어요.
그런데 종영을 앞두고 딱 한주가 남았을때, 선생님이 15,16부를 쓰고 계실 게 분명한 그 상황에서 불현듯 죽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두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이 너무 많고 은환이도 따라 죽겠구나, 이세상에서 혼자 못 살아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완전히 은환이한테 푹 빠진거죠.
진짜 은환이가 되어서 현실이 아닌 곳에서 현실을 느낀거에요.
상두가 죽으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되지? 별별 생각을 다했어요.
그 고민을 딱 1시간 한뒤에 선생님한테 전화했어요.
선생님,상두 죽으면 안될꺼 같아요. 상두 죽으면 은환이도 따라죽게 해주세요.
죽음이든 삶이든 같이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선생님이 쓰러지셨어요, 왜 이제 얘기하냐고, 마지막은 상두의 죽음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선생님 마음속의 큰 돌덩이가 그때 딱 무너진거죠, 위경련 일으키고 밥도 못먹고,잠도 못 주무시는 선생님 보면서 너무 죄송해서, “아니에요 선생님 선생님 생각하신 대로 가요.”했는데, 결국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혼자 못살거라는 판단이 서서 따라 죽는걸로 결정했어요.
선생님과 나눴던 많은 얘기들 가운데서, “둘이 도망가서 난 학교 선생님하고,상두는 또 수위하면서 그렇게 살게 해주시면 안돼요? 은환이가 임신해서 뒤뚱뒤뚱 걸어나오는 모습도 보여주고”했던 게 쓰러진 상두와 은환의 환상신으로 넘어간 거에요.
그리고 상두가 은환이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한 적이 없어요 사모님한테 남발했었기 때문에 정작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말을 못해요.
사,사 하다가 못하고…,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상두 특유의 어투로) “은환아 사랑해”이렇게 얘기했어요..
*V.G.: 이제 빨리 털어내야죠. 또 눈물이 글썽하네요. *공효진: 촬영이 끝난 지금은 그래도 우울한 게 좀 덜한데 마지막 4회분 찍는동안에는 상두랑 말도 못했어요.
눈만 마주쳐도 슬프니까, 상두한테가서”상두야 괜찮아?”괜히 한번 더 말 걸고싶고,상두고 그렇고.
서로 헤어질 마음의 준비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스태프들도 정말 많이 울었어요.
남자 스태프들이 “어-어-소리 내서 울 정도였다니까요, 촬영 끝난 다음에는 우리 이제 어떻게 해요? 또 언제 봐요?하면서 헤어졌어요.
이작품을 잊을수 없을거라고, 그냥 예의상 하는말이 아니었어요.
나도 드라마 많이 해봐서 알잖아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아쉬워했던 적은 없었어요.
그때는 드라마에 대한 마음이 절절하고 애틋했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