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문대를 졸업했다. 이 사실에 대해 크게 의식하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개인 사업을 하는데 15년 뒤에는 은퇴하고 놀 생각이었지만 은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왜냐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전문대 나온 백수는 무시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내 생각은 여러 경험을 겪으면서 생겼다.
나보다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사람들, 나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인 사람들도 손실당한 자기네 자존심을 내 2년제 학력을 떠올리면서 보상받으려는 태도가 역력했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면서 이런 감각이 열등감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그리고 이런 열등감을 내 주변 사람한테 노출해서 불편한 기분을 끼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이런 생각이 더욱 깊어지게 된 것은 여러 여성을 소개받으면서였는데 해당 여성들 모두 스스로의 직업적 성취를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었고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는 여성들이었다.
그들은 내 2년제 학력에 대해 일부러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지만 건너건너 듣게 되는 술자리의 진담 반 농담 반 속에서 나는 눈치를 챌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한 대화였으니까.
그리고 나에게 더 이상 소개해주기가 어렵겠노라고 말하는 지인들의 표정 속에서 내가 그들의 입장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
돌아보면 나는 나의 능력을 학력으로 재단받지 않아도 되는 분야를 택한 덕분에 사회의 계급의식으로부터 잠깐 영향받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인생에는 여러 단계가 있고 이제 연애와 결혼을 염두에 둔 시기가 오니 결국 계급에 대해 강제로 눈 뜨게 되는 시기가 닥쳤다.
잠깐 잊고 있었지만 사실 내 2년제 학력은 어쩔 수 없는 꼬리표다.
흔들리는 내 마음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많이 애썼다.
그리고 긍정하기 위한 요소들을 많이 생각했다.
그래도 돈은 있으니까 다행이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용모는 애석하다.
그 다음에는 내가 여성을 보는 눈이 높은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내가 반려자에 대해 기대하는 점이 너무 많은가도 생각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많이 생각했다.
해결책은 간단한데 내가 느낀 열등감을 잊기 위해 시간이 약간 걸렸던 것 같다.
나와 비슷하게 전문대를 졸업한 여성을 만나기로 하고 작은 규모의 업체에 문의했다.
용모는 나 못지 않게 평범했고 말주변이 없는 내 말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녀가 많이 애써주는 게 느껴졌다.
그녀가 잘 자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나는 약간의 해방감을 느낀다.
그리고 내가 느꼈던 열등감에 대해 생각해봤다.
사람은 어쩌면 끼리끼리 만나는 것이 그나마 더욱 행복해지는 데 유리한 길이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