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장녀가 제일 거지같은 포지션이라고 누가 그랬는데 솔직히 조금 공감했다.
진짜 짜증나고 전생에 죄지었나 싶음
난 밑에 얼마 차이 안 나는 여동생 하나 있음
초딩때 부모님 이혼하시고 아빠랑 같이 살면서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때부터 역할의 덫이 생긴 거 같음.
따로사는 엄마 가끔 볼 때는 괜찮은 척 든든한 장녀인척 해야했고 아내가 없어서 제대로 된 말동무가 없을 아빠한테는 어른인 척 아빠가 하는 재미 없는 얘기들 다 들어야 했다.
물론 동생은 재미 없으니까 안 듣는다.
동생한텐 언니이자 제2의 엄마였음나는 내가 아니라 누군가의 언니이자 엄마처럼, 아빠의 아내처럼 어른스러운 척 괜찮은 척 진짜 너무 거지같다.
엄마는 위에 언니가 많고 언니들을 싫어한다.
그래서 나 역시 엄마의 언니들처럼 악할 거라고 생각하고 앵간하면 동생편 든다.
엄마 동생 o형이고 난 a형인데 혈액형 놀이 좋아하는 엄마한텐 이것만으로도 날 많이 무시했다.
예를 들어 내가 화나면 난 에이형이라 소심해서 삐진거고 동생이 화나면 쿨하고 착한 오형이 터진거다.
아빠는 어릴 때 항상 엄마를 욕했다.
이혼하시기 전에 나는 엄마랑 더 친했는데 아빠는 맨날 엄마를 욕하니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말라고 뭐라 하고 나서서 싸우는 것도 내 몫이고 동생은 내 방패막에서 쳐다만 봤다.
그래서 동생을 가장 의지했다.
사춘기때는 정말 부모가 없다고 생각하고 동생을 유일한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동생은 내 방패막 안에서 편하게 살다가 성인이 되니까 언니가 아닌 엄마같은 내가 불만이라 했다.
그거 듣고 몰래 울었음 너무 서럽더라.
며칠 전에 다시 태어나면 어떤 형제로 태어나고 싶냐고 물어보니까 외동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하더라.
너무 서운했는데 티를 못냈다.
다들 말로만 내가 중간에서 힘들었을 거 안다고 한다.
근데 아무도 모르는 거 같다.
나는 내가 희생하는 지도 모르고 희생하면서 살았다.
오늘 저녁에 아무도 안 하길래 나라도 한 설거지를 혼자 하면서 느꼈다.
아무도 나한테 고마워하지 않는구나.
믿을 사람은 오로지 가족인 줄 알고 의지해왔는데 너무 서럽다.
어렸을 때 사교성이라고는 1도 없고 낯가림 심했던 내가 이젠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애로 변했다.
살려면 해야했다. 아무도 안 하니까.
내 동생은 내 뒤에서 눈치만 보고 입 뗄 사람이 나밖에 없다.
걍 가족들이랑 정 떼는 게 나을까. 몇십년동안 가장 의지했던 사람들인데 너무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