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군대 있을 때, 동기들이 나한테 ‘군용품 매니아’라고 놀렸어. 군용품을 비싼 값에 사 모은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땅에 떨어진 거나 놓고 온 거를 열심히 주웠거든. 유격훈련 나갈 때마다 다른 소대 텐트 친 자리 쓱 보고 지주핀 같은 거 주웠지. GOP 철수할 때도 지주핀 세트 남는 것 좀 숨겨뒀어. 사격 나가면 땅 바닥 뒤지며 K-2 가스마개, 심지어 K-1 개머리판까지 주워봤다니까?
이렇게 모아둔 거로 훈련 끝나고나면 군장 검사할 때나 사격 끝나고 왔을 때 동기들한테 군용품 채워주고, 가끔은 판초우의 같은 중요한 걸 잃어버린 놈들을 위해 옆 소대 동기하고 물물교환도 했었어. 지주핀 5개 주고 다른 중대 판초우의 가져왔다 그랬지.
군생활 2년 내내 이것저것 모아서 대충 돌격낭 하나 가득 채웠어. 전역하는 날 분대 애들 불러다가 ‘이거 쓸 거야?’ 하고 물어봤지. 안 쓸 거면 군수 계원한테 넘길라 했더니 후임 분대장이 꼭 달라고 해서 그냥 줬어. 애들이 되게 고마워했어. 그러니까 그걸로 빵꾸도 채웠겠지. 아마 가스마개도 몇 개, 지주핀도 꽤 있었을 거야. 모포도 좀 찢어진 거 있었지만, 어쨌든 하나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