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말하기 앞서 내 직업은 중고폰 매입 판매 업종인데. 나름 규모가 크고 하루에 많게는 140건 적게는 50건의 중고 기기가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어. 분실 기기 (보통 가개통이나 보험 사기로 새 폰 받기 위해 분실을 거는 경우 혹은 드물게 찐 도난 기기. 아니면 그냥 별 생각 없이 주운 기기)를 보내는 경우가 있다.
물론 남의 기기를 둘러보는 건 사생활 침해가 될 수도 있지만 중고폰 특성상 고객 개개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안 되니 검수 후에 그걸 없앨 목적으로 초기화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구글 계정이나 아이클라우드를 확인하고 사진첩에 사진이 남아 있는지만 살짝 보고 만약 남아 있다면 로그아웃 혹은 공장 초기화의 과정을 거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진 한 두 장이야 보겠지만 딱히 남의 개인사에 신경 안 쓰는 타입이라 사진의 유무만 확인하고 넘긴다.
근데 한 번은 범상치 않은 사진첩이 있었어. 폴더별로 싹 정리가 되어 있고 업스커트, 오피, 휴게텔 등등 이름만 들어도 음기가 물씬 느껴지더라.
떨리는 마음으로 “설마설마”하고 봤는데 그 안에는 수많은 여성들의 업스커트 영상이 존재했고 마지막 폴더는 가관이더라.
지현이(가명)라는 폴더에는 자기 여자친구의 몰카가 몇 장 존재했어. 근데 이게 합의하에 찍은 것처럼은 절대 아니었어.
몇 개의 동영상은 동영상 촬영을 하고 옷가지로 살짝 덮어 몰래 촬영했고 또 몇 개는 자기 여자친구가 만취해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상황을 즐기듯이 촬영했고.. 이쯤 너무 역겨워서 뒤로가기 버튼을 연타하고 우연히 본 카카오톡. 번호 자체를 번경한 건지 번호가 변경이 되었다는 알림만 뜨며 지난 대화는 볼 수가 있었어.
더 역겨운 건 지금부터야 여친의 친구(남자)에게도 영상과 사진을 공유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로 도배된 채팅 창이 나를 역겹게 만들었다.
물론 나도 남자고 여친도 있으며 건강하리만큼 즐기지만 저렇게 명확한 범죄는 역겹더라.
결국 나는 사진과 동영상을 모두 SD 카드에 저장해 그놈 여자친구 번호를 무작정 저장해 전화하고 퇴근 후에 만나 모든 영상과 사진을 제공했어.
얘길 들어보니 이미 헤어진 지 좀 되었더라… 그분은 바로 경찰서에 넘긴다고 했고 필요하다면 증인도 해주겠다며 자처했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지금이라도 발뺄까?. 그놈이 나를 역으로 신고하면 난 어쩌지? 하고.. 그 고민 현재 진행형이다.
아무튼 이런 인간들도 있으니 조심하고, 또 언제나 핸드폰을 맡길 때는 안에 있는 데이터를 타인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맡겨.
난 업무상 최대한 남의 데이터는 안보지만, 보이게 해두면 눈이 달린이상 그걸 안볼 수는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