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제대 후 복학 타이밍을 잘못 잡아서 반년 정도 다닐 일자리 알아보다 집 하고 가깝고 사무직 시켜준다길래 가서 일하게 됐음.
막상 가서 일해보니 완전 개판이더라. 20대는 나밖에 없고, 그나마 젊은 사람이 40대 초반에다 틀딱들은 컴퓨터 다룰 줄 몰라서 장부 정리를 계산기로 다 한 다음에 입력만 컴퓨터로 하는 수준이었음.
나한테도 계산기 하나 툭 던져주고 이걸로 장부 정리 하라고 해서 그냥 입 다물고 한 달 정도 일 해보니까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왜 손으로 어렵게 하는지, 컴퓨터로 하면 금방 끝낼 수 있는데라는 생각 때문에 속터지겠더라.
암만 봐도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엑셀 깔고 수식 다 입력하고 숫자만 집어넣으면 바로 결과 딱 나오고, 그냥 그 결과를 복사해서 붙여넣기만 하면 되도록 엑셀 파일을 만들었음. 그걸로 일 하니까 사장이 뭔 헛짓거리 하냐고 계산기나 쓰라고 엑셀을 못쓰게 하더라.
나는 이게 더 빠르고 정확하다고 열심히 설명한 다음 일주일만 해보자고 아님 바로 계산기로 작업하겠다고 했음.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니 사장도 인정하고 다른 직원들한테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주라고 하더라.
그렇게 내가 만든 엑셀 파일 다른 직원들 컴퓨터에도 깔리고 직원들도 엑셀로 일할 때 쯤 갑자기 사장이 엑셀로 일하니까 사람 덜 필요해졌다고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
이런 경험 전엔 좋소도 그래도 좋게 봤었는데 겪고 나니까 왜 좋소가 좋소인지 알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