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하던 일이 잘 안되어서 (영업직) 입에 풀칠은 해야겠어서 틈틈히 야간 물류센터 알바를 나갔더랬죠. 밤에 하는 일이라 체력 소모가 큰데다가 박스 들고 나르고 자키 끌고… 이건 뭐 죽겠더라구요. 근데 지게차 하시는 분들 보니 종일 지게차만 타시고 가끔 까데기도 하기는 하시지만 저거 하면 돈도 좀 더 주고 (한 1~2만원) 몸도 편하고 아주 좋아보이더군요. 심지어 아무렇게나 지게차 탔음 좋겠다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알바로 야간에 몸이 축나니 안그래도 주간에 본업에 지장을 심하게 끼치니 안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고 이래저래 고민이던 찰라에 1종 보통 면허만 있으면 학원에서 이틀 (이론, 실기) 교육 받으면 수료증이 나오고 그거 가지고 차량 등록 사업소 가면 건설기계조종사 면허 (3톤 미만)를 준다는 정보를 얻고 바로 등록-수강-취득을 한큐에 끝내 버렸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심히 대단한 착각과 무지함과 세상 일이 너무나도 당연히 맘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미 몇 년씩 회사 창고나 기타 등등 무면허로 경험이 충분하신 분들이 면허가 필요할 때 저런 수료증-면허가 아주 유용하겠으나 그게 아닌 수료증만 가지고 맨땅에 해딩하는 초보들은 그야말로 장롱면허 직통 코스더군요. 사실 수료증 과정은 정말 뭐랄까요 충실하지 못하다고나 할까요. 하루 그냥 동영상 강의 틀어주거나 강사 한분 들어와서 교재 한번 읽어주는 수준의 교육이었고 실기 수업은 전진 후진 들어다 놨다 정도의 실기 수업이라 참…
하여간 면허증 따긴 땄으니 이제 일반 물류알바가 아니라 지게차로 지원해서 물류센터 가서 일을 하는데 당연히 거기 관리자는 시운전을 시켜보는데 또 당연히 바로 차에서 내리라 하더군요. 신사적인 양반은 ‘사장님 그 정도 실력으론 우리 현장에서는 부족합니다.’ 라고 하고 보통은 “하…. 내리세요 아저씨… 하… (ㅆㅂ)” 이러죠. 집에 갈 꺼냐 아님 일반 물류까데기 할 꺼냐 하는 선택지만 남고 나온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일반 업무를 몇 번을 했는지…
그런데 한 번은 어느 관리자가 너무 무안을 줘서 모멸감이 드는데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 현장에 공고만 나면 계속 지원해서 그 관리자 한테 얼굴도장 찍고 지게차 태워달라 태워달라 징징거리고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지게차 별거 아닌 게 왜 그리 내가 목매고 그랬나 싶기도 하고, 관리자 양반도 거 그냥 좀 일찍 좀 태워주지 그랬나 싶기도 하고 한 한두 달 비벼대다 보니 좌식 지게차로 빈 팔레트 10단 15단 정리해서 구석에 정리하는 걸 시켜주더라구요. 그리고 또 몇 주 징징거리니 리치 지게차로 4~5단 랙에 적재하는 것도 가르쳐 주더군요. 나중에 물어보니 상품 팔레트 한 번 잘못 찍으면 최소 수백에서 천 단위로 작살나는데 현장에서 초보자한테 일을 맡길 수도 없다 또 90년대 말부터 2010초반까지 대형 마트가 갑작스레 늘어나서 물류 지게차 쪽은 인력 수급이 거의 문제 없고 실력자도 많다 그러더군요. 아니 그럼 처음부터 경력자만 뽑던가 왜 초보 가능이라고 뽑았냐 물어보니 인력 수급 용역업체서 그냥 무작정 일단 뽑아서 보내기도 하고 지게차로 뽑아놓고 일반으로 돌릴려고 그러기도 한다… 라고 말꼬리를 흐리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수료증으로 면허 취득한 사람은 어느 현장 가도 초보로는 힘들다 관리자들도 다 안다 교육도 부실하고 옛날에는 야매로 그냥 돈만 내면 주기도 해서 아무도 안믿는다 최소한 지게차 기능사는 전진 후진 좌회전 우회전 팔레트 상차하차라도 제대로 해야 하고 학원 다녀서 딴 사람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초보도 상황에 따라서 쓸 수는 있지만 수료증은 안된다. 지금은 다른 일을 하느라 지게차를 타지 않지만 이번 달에 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오늘 자격증이 배송 와서 두서 없이 적어봤습니다.
이래저래 다시 투잡을 해야할 상황이 된 듯해서 올해도 추운 겨울 어디 물류센터 알바자리라도 기웃거려 봐야 겠네요. 그래도 한 1년 정도 경력이 있으니 옛날보다 사정은 좀 좋겠다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