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아빠가 얘기해준 건데, 그가 군대 갔던 시절이 70년대였다고 함. 정확한 군번은 모르겠지만, 450기였다며 얘기했어. 그때가 바로 눈물의 ‘빵빠레’와 ‘원산폭격’ 그리고 부식창고 뒤에서 선임들의 따뜻한 손길과 발길질이 난무하던 시절이란다.
그때, 평범한 하루, 오전 일과 중이었어. 사람들은 평상시처럼 작업하고 있는데, 막사에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이상한 얘기가 들려왔다고 함. 사이렌 소리가 너무 커서 제대로 듣지도 못했대. 훈련 스케줄도 없었는데, 왜 이러지? 하고 있던 중에 중대장이 갑자기 나타나서 “전 인원 완전군장 싸고 집합!” 하고 외쳤다고.
뛰어가서 군장을 결속하고 나와보니, 무기고에서 원래 자기 총이 아닌 다른 총을 받았대. 왠지 모르게 뻔떡거리는 걸로 받은 거야. 그리고 실탄까지 꺼내와서 삽탄하기 시작했고, 뭔가 큰 일이 일어났다는 건 알겠지만, 마음속으로는 아마 공비 출현 정도겠지 하고 생각했다며.
근데 중대장이 “방근 전보가 날라왔다… 오늘 오전, 서울과 인천, 경기권이 북한 공군의 폭격을 당했다. 민간인 사상자도 많이 나왔다고 한다. 카키드 피스톨, 현 시간부로 북한과 전시 국면이다.” 라고 말했을 때, 마침 M48 전차랑 M113 장갑차가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북진하고 있더라고. 그 순간 전쟁이 시작된 것을 직감했고, 두려움이나 분노는 없었고, ‘부모님은… 가족들은 이제 어쩌지…’ 하고 생각했다네.
이동 대기 중에 갑자기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어. 어리둥절했는데,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 일은 이웅평 대위의 귀순 사건이었단다. 아빠는 그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심장이 쫄깃했다고 얘기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