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후원을 거닐다 보면 연못 위로 드리운 나무 그림자와 정자의 풍경에 마음이 차분해지죠. 그런데 500년 전에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있었어요. 연못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던 검은 물소가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세조 7년(1461년), 류구국에서 바친 물소 한 쌍이 궁궐로 들어와 후원에서 기르게 되었어요. 당시 신하들은 이 낯선 동물에 관심을 가졌고, 더운 날이면 연못에 몸을 담그거나 정원 가장자리를 거니는 모습이 궁궐 사람들에게 특별한 풍경이었겠죠.
이 물소는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었어요. 조선은 농사에 활용하기 위해 남쪽 지방으로 보내기도 했고, 번식을 통해 수가 늘어나기도 했어요. 중종 때에는 ‘물소가 크게 번식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답니다.
또한, 물소의 뿔은 활 제작에 꼭 필요한 재료였어요. 활은 군사와 국가의 무기였기 때문에, 물소는 전략적 자원으로도 귀하게 여겨졌죠. 명나라와의 교역을 통해 물소 뿔을 들여오기도 했지만, 국내에서 길러 자급하려는 노력도 있었어요.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물소는 점차 사라졌어요. 기후와 환경 변화, 활용 가치의 감소 때문일 수도 있고요. 오늘날 창덕궁 후원에는 물소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지만, 연못과 정자는 옛 풍경을 전하고 있답니다.
이 기록은 과거 실록에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으로, 당시 물소가 궁궐에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는 일이에요. 과거의 풍경과 현재를 연결하는 창으로서,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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