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국가란 무엇인가―“근대 국가는 생존의 공식이다” 폭력 독점체로서의 근대 국가 막스 베버는 근대 국가를 “정당한 물리적 폭력 행사의 독점을 실효적으로 요구하는 인간 공동체”로 정의했다. 근대 국가는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독점함으로써 대내적인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근대 국가 이전의 국가들도 사회의 안정과 질서 유지 기능을 수행하기는 했으나 어떤 국가 형태도 근대 국가만큼 효율적으로 그 힘을 사용하지는 못했다. 저자는 이러한 베버의 견해에 따라 ‘폭력 독점체’로서의 근대 국가를 고찰한다. 국가가 폭력을 독점한다는 것의 의미, 폭력의 독점을 근대 국가의 본질적 특성으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 근대 국가가 행사하는 폭력이 다른 사회 집단이나 개인이 행사하는 폭력과 다르게 간주되는 이유, 국가 폭력의 정당성의 기반 등을 총체적으로 탐색했다.
전쟁기계로서의 근대 국가
근대 국가가 대내적으로 폭력을 독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외적인 데 있었다. 근대 국가라는 독특한 통치 조직이 등장한 계기이기도 한 그 이유는 국가들 간의 치열한 생존 경쟁, 바로 ‘전쟁’이었다. 다른 국가들과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폭력적인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폭력을 독점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전쟁은 권력의 집중을 통해 강한 군사력을 키우고 더 많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고 이용하도록 만들었다. 근대 국가의 가장 대표적인 권력 기구라 할 상비군, 관료제, 조세 제도 모두 이러한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안된 제도인 것이다. 이처럼 원활하고 효율적인 전쟁 수행은 근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자 존재 이유였다.
근대 국가의 권위와 권리, 주권 국가들이 생존 경쟁을 거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국가들 사이에서 공존을 위한 규칙 혹은 규범이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의사 결정 과정의 최고 권력으로 정의되는 ‘주권’이 바로 그것이다. 대내적으로는 국가의 최상급 권위이면서, 대외적으로는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그 권위를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서의 주권은 근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이처럼 대내적, 대외적 측면의 작용-반작용의 상호 작용이 되풀이 되는 가운데 근대 국가의 제도적 틀이 완성되었다. 근대 국가는 무엇보다 ‘생존의 공식’으로서 고안된 발명품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