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29살이며, 22살 무렵부터 버스운전을 해왔다. 군 복무 당시 버스운전병 경험을 살려, 집 근처 관광버스 회사에 취업한 게 시작이었다. 그때 내가 맡았던 업무는 통근버스 운행이 주였고, 평일에는 공장이나 회사의 직원들을 실어 나르고, 낮에는 학생들이 단체로 놀러갈 때 여러 대의 버스를 대여해 이동을 지원하는 식으로 일했다. 주말에는 결혼식이나 일반 관광 업무를 뛰어서 추가 운행을 맡았다.
문제는 임금 수준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 기본급이 80만 원 정도였고, 당시 법적 임금에 대해 전혀 모른 채 그냥 열심히 운전만 했었다. 열심히 추가 업무도 맡았는데, 실제로는 한 달에 약 100만 원 정도 버는 것에 그쳐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부당한 처우였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2019년경에는 기본급이 150만 원 정도로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사고가 자잘하게 발생하는 등 업무 환경이 좋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작년에 큰 추돌사고가 발생했는데, 내 과실 비율이 30% 나왔다. 회사 사장이 수리비를 기사 개인에게 1,000만 원 정도 부담하라고 했는데, 나는 그 돈을 낼 방법이 없어 난감했다. 결국 사장에게 그 돈을 낼 수 없다고 하자, 회사 측은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으로 압박을 했다.
하지만 내가 그동안 근무하면서 차근차근 기록해왔던 자료와 증거를 모아 결국 노동청 등에 신고하기로 결심했다.
신고 항목은 퇴직금 미지급, 임금 미지급, 근로계약법 위반, 기사 전액 부담으로 처리하려 한 사고비 문제 등이었다. 부당해고 문제도 있었지만, 그건 넘어갔다.
나는 이 과정을 더 확실히 처리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 7년이라는 기간 동안 부당한 처우를 버텨왔고, 그 과정에서 나도 몰랐던 법적 권리를 뒤늦게나마 알게 된 셈이다.
1년 넘게 걸린 조사와 법적 절차 끝에, 회사로부터 2,800만 원가량을 지급받게 됐다. 비록 돈도 돈이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부당한 대우를 감수했던 기억을 생각하면 복잡한 기분이 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경력 덕분에 9급 10호봉 운전직 공무원 특채(특별 채용)로 합격했다는 점이다. 국가직 운전직으로 일하면서, 이제는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하게 됐다.
이 경험에서 내가 얻은 교훈은, 회사가 부당한 임금이나 처우를 강요할 때 그냥 넘어가지 말고, 자료와 증거를 성실히 모아둬야 한다는 것이다. 작업일지나 급여 명세, 교통사고 처리 내역 등을 꼼꼼히 챙기면, 나중에 혹시 불이익을 당했을 때 크게 도움이 된다.
나처럼 뒤늦게나마 법적 도움을 받아 억울함을 풀 수도 있으니,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권리를 행사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결국 2,800만 원이라는 큰돈을 몇 년간 묵혀 두었다가 찾아온 셈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앞으로는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혹시 비슷한 처지에 있거나 제대로 임금을 못 받는 이들이 있다면, 용기를 내서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해보기를 권한다. 한번 결심하고 실행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나중을 위해 준비해두면 분명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