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 감명깊게 봤던 초속 5센티미터.
최근에 다시 본 애니메이션 중 하나가 바로 초속 5센티미터다. 이 작품은 첫사랑을 다룬 청춘 로맨스물로, 남녀가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극단적으로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궁금해졌다. 내용을 살펴보니, 여주인공은 과거의 첫사랑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품은 채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반면, 남주인공은 여러 여성을 만났음에도 오랫동안 첫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착하지 못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여주인공의 시선과 평가
여주인공은 이미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옛 추억 속 첫사랑을 문득 떠올린다. 이 추억을 아련하게 회상하면서도,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 충실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쪽이다. 첫사랑에 대한 미련보다는 소중했던 기억으로 간직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부분을 본 다수의 시청자는 “현실적이고 성숙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과거를 딛고 자신이 선택한 상대와 행복해지려는 태도가 보통의 여성 시청자 입장에선 공감 가는 면이 많아, 여주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으로 이어지는 편이다.
두 번째: 남주인공의 태도와 찌질함 논란
반면 남주인공은 여러 사람을 만나도 늘 첫사랑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과거에 결실을 맺지 못한 사랑에서 못 벗어나는 설정이 작품의 큰 축이다. 한편으론 애절하고 순수하게 보이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성장하지 못하고 그저 추억에 묶여 있는 찌질함(미성숙함)”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결국 작품을 다 보고 나면, 남주가 현실과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해 계속 헤매는 느낌이 남아, 남성 시청자들에게조차 “조금 답답하다”는 반응을 자아내기도 한다.
세 번째: 성별에 따른 명확한 감상 차이
이처럼 초속 5센티미터에서 남녀 주인공이 걸어가는 길이 전혀 다르다 보니, 시청 후 감상도 극과 극으로 나뉘게 된다. 여성들은 대체로 과거 추억은 추억일 뿐,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는 여주인공이 더 멋지다거나, 남주인공이 너무 진지하게만 살다 보니 놓치는 게 많아 안타깝다는 평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남성들은 여주인공이 결국 다른 사람과 결혼을 택한다니 서운하다거나, 남주인공이 마음을 달래지 못해 답답하지만 왠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는 식으로 의견이 갈린다.
네 번째: 작품이 주는 메시지
결국 초속 5센티미터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첫사랑에 대한 각자의 다른 해석일 수 있다. 어떤 이는 현실 속에서 과거를 아름답게 간직하고, 또 다른 이는 그 추억에 계속 발이 묶여 힘들어한다. 이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내 인생에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는 공감을 얻기도 하고, 혹은 진즉에 마음 정리를 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이야기가 무겁게 흘러가고, 극적인 결말로 달려가지 않아 오히려 실생활과 맞닿아 있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마무리
초속 5센티미터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첫사랑의 희망과 아쉬움을 담아낸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다. 특히 남녀 주인공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현실을 살아간다는 점이 남녀 시청자들의 평가를 극명하게 갈라놓는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누구 시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감상을 남기게 되는, 일종의 레전드로 불리는 로맨스물이라 볼 수 있다. 첫사랑을 추억하는 데 있어 사람마다 이렇게나 다른 태도를 보인다는 걸, 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시금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