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편의점에서 근무 중에 겪은 아찔한 사기 사건을 공유해보려고 해. 구글 기프트카드 재고 확인을 핑계로 전화를 걸어오는 방식이었는데, 너무도 자연스럽게 상황을 이끌어가서 당시에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만약 이 글을 보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전화를 받을 때 참고하길 바라.
처음 전화가 왔을 때 상대방은 구글 플레이 서울 본사 직원이라면서, 굉장히 비즈니스적인 말투로 이야기하더라고. 처음에는 글로벌 기업답게 일본인 직원을 두고 운영하나 싶을 정도로 어딘가 어색한 한국어로 친절하게 말했어. “기프트카드 재고가 맞지 않아 확인해달라”는 내용이었는데, 통화를 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니 마치 사무적인 절차처럼 느껴져서 방심했어.
그래서 나는 매장에 있는 구글 기프트카드 재고를 일일이 알려줬어. 예를 들어 15만 원권이 몇 장 있고, 5만 원권이 몇 장 있는지 말이다. 그랬더니 상대방이 “15만 원권이 3장 더 있는 것으로 확인돼 결제 후 핀 번호를 불러달라”며 요청했지. 나는 이 부분은 점장님이 아시는 게 많다고 말했고, 통화가 일단락되는 듯했어. 그런데 잠시 후에 전화가 다시 와서 “점장님과 이미 얘기가 됐으니, 결제 처리 후 핀 번호를 불러달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
내가 구글 기프트카드를 파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잘 몰라서 사기꾼들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웠어. 그러다 보니 뭔가 수상한 기분이 들었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그냥 “이런 게 있나 보다” 하고 넘어갔다. 이 사기꾼이 일본어 억양 같은 느낌을 풍기며 “잠시만, 팀장님 바꿔드리겠다”라고 해서 다시 다른 사람이 통화에 나섰고, 그 사람도 유창한 한국어를 속사포로 쏟아내면서 카톡 아이디를 추가하라고 했다. 그리고 핀 번호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라고 했지.
결국 나는 사진을 찍어 보내고 말았어. 문화상품권 재고도 물어보길래, 그때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고 친절하게 대응했지. 통화를 끊고 나서야 “휴, 귀찮은 전화였네” 하고 넘어갔다가, 잠시 후 또다른 전화가 걸려왔어. 이번엔 여자 사기꾼이 “나 점장인데”라고 말하더라고. 내가 “네? 점장이라고요?” 하고 물으니, 정말 투박한 말투로 “나 점장이라고” 하면서 대화를 이어갔어. 그 순간 머릿속에 스치듯이 “아, 이건 사기였구나”라고 깨달았어. 이미 핀 번호를 다 넘긴 뒤라 돌이킬 수 없었지.
사건이 끝나고 나니 일을 손에 잡을 수가 없을 만큼 속이 상했어. 사실 조금만 의심했어도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나처럼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경험담을 적게 되었어. “구글 기프트카드” 재고나 핀 번호를 물어보는 전화가 오면, 일단 의심하고 전화를 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정리해보자면, 사기꾼들은 기업 공식 담당자인 척하면서 굉장히 전문적인 용어와 친절한 태도로 접근한다는 거야. 이후 점장님이나 상위 관리자를 가장한 사람과 바꿔치기하며 상황을 계속 끌고 가는데, 이때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절대 핀 번호나 상품권 코드를 넘기지 않아야 해. 나처럼 “점장님과 얘기가 됐다”라든지 “빨리 결제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뭔가 의심해봐야 한다는 얘기지.
다른 사람들도 이런 전화를 받을 수 있으니까 조심하길 바라. 실제 구글 측이라면 전화로 핀 번호나 결제 코드를 요구하는 일은 없을 거야. 사기꾼들은 우리를 방심시켜서 핀 번호를 빼내는 게 목적이니,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가 들면 곧장 전화를 끊고 점장님이나 회사 측에 문의해서 확인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