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스테로이드 일지.
※절대 따라하지마세요.
프롤로그 ─ 주사기 앞에서 두 번 숨을 삼켰다
새벽 벤치가 고요해질 즈음, 한 손엔 땀이 맺힌 주사기를 쥐고 있었다.
오일이 든 투명한 앰풀이 빛에 비칠 때마다,
‘이 한 방울이 내 몸을 어디까지 데려갈까’ 하는 막연한 기대와
‘되돌릴 수 없는 선을 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교차했다.
그렇게 시작한 지 열흘.
아직 약효가 본격적으로 오른 시기는 아니라지만,
몸은 이미 변화를 은근히 주워 담고 있다.
1. 숫자로 본 10 일 – 늘어난 건 체중뿐일까
항목 | Day 0 | Day 10 | 변동 |
---|---|---|---|
체중 | 86 kg | 89 kg | ▲ 3 kg |
골격근량 | 40.8 kg | 41 kg(추정) | ± |
체지방률 | 18.5 % | 18.9 %(추정) | +0.4 |
팔둘레(이완) | 47 cm | 50 cm | ▲ 3 cm |
인바디 상으로는 진짜 ‘폭주’라기보단, 부은 근육과 늘어난 수분이 합작한 숫자다.
아직 펌핑감·힘 느끼기엔 애매하고, 하드웨어보다 거울 속 볼륨감이 먼저 올라온 느낌.
2. 체감 – 펌핑보다 먼저 찾아온 것은 ‘오일 덩어리 통증’
-
주사 직후: 바늘이 살을 뚫고 들어갈 때보다,
오일이 근육 섬유 사이를 미는 느낌이 훨씬 쓰라렸다. -
D+2: 주사 부위가 밤송이만 한 알맹이처럼 뭉쳐서
눌리면 욱신, 앉아 있으면 둔탁하게 짓눌림. -
D+5: 빨갛게 달아오르진 않았지만,
밤마다 온찜질 ↔ 냉찜질을 번갈아 붙이는 루틴이 생김.
실질적 ‘효능’보다도 ‘주사통’이 훈련 스케줄의 변수가 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밀어 넣은 오일이 사라지기 전까지,
데드리프트 셋업을 잡는 각도가 달라질 정도다.
3. 부작용 체크리스트 – 아직은 잠잠하지만
항목 | 현재 관찰점 | 코멘트 |
---|---|---|
여드름·피부 트러블 | 없음 | 개인 체질 따라 3~4주차부터 ↑ |
수분 저류·부종 | 경미 | 3 kg 중 상당수는 수분 추정 |
수면 질 | 변화 없음 | 향후 테스토스테론 상승 시 불면 주의 |
기분 변화 | 약간의 과한 자신감 | 일시적 ‘플라시보 하이’ 가능 |
“지금 괜찮다”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스테로이드는 보통 4주차 전후에 본격적으로 ‘온다’.
간수치, 콜레스테롤 수치 등은 피검으로 확인해야만 한다.
4. ‘액션 온다’는 4주 뒤 – 긴가민가한 마음
인젝(장기간형 주사)의 특성상
에스테르가 천천히 분해돼야 본격 효과가 나오기에
4주가 지나야 진짜 ‘드라이브’가 걸린다고 한다.
지금의 3kg과 팔둘레 +3cm는
절반은 수분, 절반은 미세 염증으로 인한 부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거울 앞에서는 분명히 괴력에 대한 환상이 자라난다.
그게 스테로이드가 가진 가장 달콤한 함정이다.
5. 에필로그 – 내일 다시 인바디, 그리고 기록
다음 주사 날짜가 다가올수록
왼손엔 냉찜질 팩, 오른손엔 주사기를 번갈아 쥔다.
‘대가를 모른 채 얻는 근육은 없다’는 말을 되뇌며,
내 안의 욕심과 불안을 동시에 주시한다.
중간중간 부작용이든, 수치든,
모두 기록해 두겠다.
변화가 숫자로 남지 않으면
“그때 뿔뿔 뿔어났던 건 근육이 아니라 착각이었다”는 걸
맨 나중에야 깨달을 테니까.
태그: #스테로이드초입후기 #10일의변화 #주사통실화 #근육과대가
열흘 전, 주사바늘 끝에서 시작된 조용한 폭주.
아직은 달콤한 꿈과 묵직한 통증이,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