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못 읽겠는사람들을 위한 3줄 요약은 맨 밑에 있어요.
사펑이 나오려면 한참 멀었다… 할 게임이 없을까 하고 스팀을 뒤져보던 중 고스트러너를 발견, 유튜브 플레이 영상 한 번 보고 바로 구매함.
35,000원이 원래 가격인데 11월초까지만 28,000에 판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 깔아서 한 10시간 달려서 깬 듯.
게임은 0.7 세기로에 사펑스킨 끼운 것 같다. 그래픽은 좋았음. 1060으로도 매끄럽게 잘 돌아가더라. 주인공 모션과 효과음도 신경 써서 만든 게 잘 느껴졌음. 파육음 나면서 애들 반갈죽 시킬 때 쾌감 쩔음. 특이했던 점이라면 너도나도 한방인 거? 보스 제외한 모든 애들이 칼질 한방에 썰려 나감. 대신 주인공도 총 한 대 스치면 죽음.
그래서인가 엄청 자주 죽는 대신 세이브 포인트도 많음. 그리고 수집품은 다 룩템 아니면 스토리텔링용이라서 굳이 신경 쓸 필요 없음.
근데 단점들이 그 모든 장점들을 덮어버림. 일단 맵이 다 병신임. 쓸데없이 복잡하기만 하고 재미는 없음. 스테이지를 레벨이라고 부르는데, 총 17 레벨로 이루어져 있어서 맵도 17개인데, 진짜 서너 개 빼고는 다 똑같이 생김 맵이. 간혹 퍼즐 같은 것도 있는데 규칙 설명도 없고 힌트도 없고 그냥 대놓고 해야 됨. 거기에 갈수록 맵 난이도가 올라가는데, 자폭 몹들 나오면 그냥 샷건이 절로 나옴.
그리고 보스가 다 기믹형임. 보스라 부를만한 애들이 넷 정도 되는데, 다 하나같이 좋지 않음. 게다가 사전에 기믹에 대한 어떤 힌트도 안 줌. 첫 보스는 정확한 타이밍에 패링해야만 체력 게이지 깎을 수 있는데, 중간에 한 번이라도 주인공이 공격하면 체력 게이지가 다시 원상복구됨. 그렇게 4번 찔러야 잡음. 근데 이것도 안 알려주고 보스전 들어가서 10분 동안 챙챙거리기만 함. 게다가 보스 사거리와 공격 박자가 지 맘대로임. 아까랑 똑같은 공격인데 반 박자 느리게 판정이 들어와서 죽는 경우가 허다하고, 칼 들고 있는데 뭐 요술봉이라도 되는지 사거리가 자꾸 바뀌는 느낌이었음. 안 죽을 거린데 갑자기 뒈지는 경우도 많음.
두 번째 보스는 인간형이 아니고 맵 자체가 보스전인 형식임. 엘베 비슷한 걸 추락시켜야 되는데, 그럴라면 엘베 주변을 타고 최상층까지 올라가서 철근 3개를 끊어야 됨. 문제는 철근 하나 끊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하나 끊으면 무조건 최저층으로 다시 쳐박힘. 게다가 철근 끊을 때마다 페이즈 바뀌면서 맵 구조가 더 악랄해짐. 여기서 150번 죽음.
세 번째 보스는 기계팔 여럿 달고 있는 녀석임. 근데 보스한테 공격이 아예 안 먹힘. 칼 찌르려고 다가가면 퉁, 하고 튕겨나옴. 공격만 주구장창 피하다가 보스가 발전기 찍어서 감전되는 거 기다렸다가 팔 4번인가 잘라야 끝남. 그래도 이게 제일 양반이었음. 남은 거 세 개가 최악임.
막보는 2보스처럼 맵이 곧 보스임. 개인적으로 이 맵이 제일 최악이었음. 대체 어떤 개발자가 키 설정했는지 모르겠는데, 대쉬와 감속이 같은 키에 들어있음. 짧게 누르면 대쉬 나가고 길게 누르면 감속됨. 문제는 판정이 제멋대로임. 짧게 눌렀는데 감속이 나오면 진짜 속이 터짐. 최종 보스전은 특히 심함. 아무도 못 보는 데가 없는데, 거기에다가 이동 장애물이랑 적들까지 섞어놔서 대쉬 하면 뭐든 부딪힐 거라고 착각할 만큼이었음. 처음에는 무한 대쉬 쓸 수 있어서 상관 없다고 생각했는데, 보스가 따라오면서 물리 적들까지 나오니까 그제서야 문제가 발생함. 물론 나만 그런 게 아니었음. 고스트러너 플레이 영상 보면 어느 누구나 처음엔 대쉬할 틈이 없어서 계속 죽다가 고스란히 이기면서 막보를 잡음.
근데 이 게임이 아주 한 가지 좋은 점이 있음. 그게 바로 세이브 포인트. 이 게임의 세이브 포인트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장소에다가 깔린다. 다이하트 플레이어라면 이 점이 굉장히 좋았다고 말할 것임. 이 게임이 괜히 차세대 메탈 슬러그가 아니다. 사람들이 이 게임에 재미를 느낀 이유 중 하나임.
마치면서 생각한 거지만, 이 게임이 지금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면 성공했을 게 분명함. 키 설정이나 게임 내 메카닉은 예전의 키 설정이나 메카닉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기 때문임. 근데 이런 게임이 취향이 아닌 사람들은 그래픽이 좋다고 해서 즐길 수 있을지 의문임. 이게 뭐냐면 김치찌개에 소고기를 넣어서 판다고 치자. 이게 예전보다 더 맛있어진 건지, 소고기 넣는 게 좋은 건지, 아니면 김치찌개에 굳이 소고기를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과 비슷함.
3줄 요약:
- 고스트러너는 사이버펑크 테마의 슬래셔 게임으로, 그래픽과 모션, 효과음은 뛰어나다.
- 그러나 맵 디자인, 난이도, 조작감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이 게임의 잠재력은 크게 훼손되었다.
- 게임의 세이브 포인트와 뛰어난 그래픽은 일부 플레이어들에게 재미를 제공할 수 있겠으나, 이런 장점들만으로는 게임의 기본적인 문제점들을 커버하기에는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