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또 형이 나타났다… 좀 들어봐봐. 내 형 이야기인데, 진짜 심하거든.
먼저 20살 때 이야기부터 해볼게. 고등학교 때부터 형은 어디서나 돋보이던 양아치들과 어울리곤 했어. 실업계 조리과에서 졸업하고, 부모님은 착실하게 취직하라고 권했는데, 형은 그러지 않았어. 아무런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그냥 서울에 있는 요리 전문 학원에 등록했거든. 우리 집은 부유하진 않지만, 부모님이 등록금은 대줄 수 있으니, 형이 생활비랑 방값은 스스로 벌어두라고 했어. 그래서 형이 400만 원 정도를 벌었는데, 그게 체크카드로 한 달 만에 다 써버렸다고.
형이 그렇게 돈을 다 써버리자, 부모님이 형을 기숙사에 쳐박았어. 근데 기숙사에서도 문제가 생기더라고. 룸메이트와 싸웠다는 거야. 그래서 기숙사를 나와서 형 말로는 “개 그지같이 생활했다” 라고 하더라고. 조리 실습 때 완성된 음식을 구걸해서 먹었다는 이야기도 했어.
21살부터 22살 사이에는 서울에서 알바를 하면서 꾸준히 살았다는데, 그 정도로 어찌저찌 살았나 봐.
그리고 22살에서 24살 사이에 형은 공익으로 군복무를 했어. 이때부터 형은 월급과 주말 알바로 월 100만 원 이상을 벌었어. 근데 그 돈을 대부분 옷이나 염색 같은 데에 다 써버렸다고. 저축은 커녕, 돈을 벌면 쓰는 것밖에 몰랐어.
전역하고 나서도 변함이 없더라고. 한 두 달 동안 집에서 빈둥대다가 돈이 필요하니 아빠한테 용돈 달라고 했어. 그런데 아빠가 “24살에 무슨 용돈이냐”며 거절했거든. 그래서 형이 삐져서 집을 나갔어. 물론, 아빠 돈 200만 원 가져가면서 말이지. 아빠가 모질게 굴었다거나, 형에게 못해준 것들을 댓가로 돈을 요구했어.
그런데 집을 나간 형은 아빠가 출장이나 외박할 때마다 집에 찾아와서 밥을 얻어먹고, 반찬이나 쌀을 훔쳐가. 엄마는 그래도 형이 불쌍하다고 생각해서 눈감아 주는데, 나는 정말 화가 나, 오늘도 형이 찾아왔을 때 나와 형이 크게 싸웠어. 형이 알바로 200만 원정도는 벌고 있는데, 저축 한 푼 없이 다 쓰는 걸 보니 짜증이 났어. 그래서 나도 형한테 소리 좀 질렀어.
참고로 나는 2달 전에 전역했고, 현재는 알바로 내 생활비를 모두 벌어서 쓰고 있어. 엄마는 싸우지말라고 하시는데, 답답해죽겠다 진짜. 내가 잘못한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