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느 순간부터 몰입이라는게 겁이 나기 시작한 거 같아. 어릴 땐 게임이랑 드라마 보는 거 너무 좋아했었는데. 그냥 즐기면서 뭐 어렵지도 않게 할 수 있었어. 그게 전부인 것 같았거든.
근데 갑자기 뭔가 바뀌더라고. 티비도 게임도 이제는 관심도 없고 그냥 뭔가 안 보게 됐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그 속에 나오는 인물들, 캐릭터들이 진짜 세상인 것처럼 몰두하게 되고, 그게 겁이 나. 나도 모르게 그 속에 푹 빠져들게 되니까.
그리고 이게 뭐 현실 도피랑도 같아. 그게 좋았던 거야, 게임할 때나 드라마 볼 때 현실을 잊을 수 있었으니까. 근데 이제는 몰입이 안 돼. 게임을 하다 보면 다른 생각이 들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 들어. 그냥 스트레스 받게 되더라고.
더 이상 무언가에 몰입할 수도 없고, 그게 무서워. 나이 먹은 사람들이 드라마에 빠져서 울고, 뉴스 보면서 동정하고, 정치인들 욕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 너무 무서워져.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될까 봐 겁이 나. 이제는 몰입에서 벗어나고 싶어. 그런데도 자꾸 끌리게 되니까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