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전반적으로 암울한 분위기
루프란의 지하미궁과 마녀의 여단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처음 강렬하게 느껴졌던 점은 전반적으로 암울한 세계관이었다. 무언가 음침하고 기묘한 분위기가 게임 전반을 감싸고 있었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연출과 음악이 조화를 이루어 몰입도를 높였다. 섬뜩한 배경 설정과 더불어 다소 잔인한 장면도 등장하기 때문에, 밝은 분위기의 RPG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놀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어두운 세계관이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내, 호기심을 자극하며 한 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나오기 힘든 몰입감을 선사했다.
생각보다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65시간 정도 플레이하면서 진엔딩에 도달했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요소 중 하나가 스토리 전개였다. 초반에는 마녀와 지하미궁에 대한 불길한 소문 정도로 시작하지만, 점차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서사에 대한 흥미가 끊임없이 유발됐다. 게임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개성 넘치는 성격과 비밀을 지니고 있었고, 적재적소에 배치된 컷신과 대화 장면은 몰입감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특히 세이브 포인트 근처나 대규모 보스 전투 이후에는 종종 스토리에 큰 변화가 생겼는데,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안겨주는 순간들이었다.
듣기 좋은 음악과 게임 사운드의 완성도가 높았음
플레이 시간 내내 배경음악이 귀를 즐겁게 해줬다. 몽환적이면서도 어딘가 싸늘한 느낌의 곡들이 던전과 마을에서 잇따라 흐르는데, 이 독특한 분위기가 어두운 게임 세계관과 탁월하게 어우러졌다. 전투 시에는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곡들이 흐르다가, 스토리상 중요한 전개가 일어날 때는 차분하면서도 묘한 슬픔이 배어나는 선율이 등장해 감정선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대사나 효과음도 캐릭터 개성을 잘 살려주어, 작은 동작 하나하나에도 표현력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잔인함과 선정성의 경계에 있다는 생각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잔혹한 장면이나 선정적인 요소가 생각보다 많이 등장한다. 어두운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장치된 부분이 많지만, 일부 플레이어에게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고 본다. 적의 모습을 통해 표현되는 무서운 이미지는 물론이고, 특정 캐릭터가 보여주는 광기 어린 모습이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동시에 게임 곳곳에서 드러나는 선정성은 자극적이라기보다는 세계관의 일부분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 이런 요소를 문제 없이 수용할 수 있다면 이 작품의 독특한 매력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환생 시스템과 노가다가 필요한 시스템?
루프란의 지하미궁과 마녀의 여단에는 캐릭터를 환생시켜 더욱 강해지도록 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는 전투와 성장의 재미를 배가시켜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반복적인 노가다 과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부대를 짜서 던전을 탐험하고, 레벨을 올린 뒤 환생하여 능력치를 부스팅하는 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중반 이후부터는 성장의 폭을 크게 올리기 위해 같은 구간을 여러 번 돌아야 할 때가 많았다. 이러한 반복 파밍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즐길 거리가 늘어나겠지만, 전투보다 스토리에 집중하고 싶다면 조금 지칠 수도 있겠다.
총평 및 개인적 만족도
PS4판을 세일 때 구매했는데, 65시간이라는 꽤 긴 플레이 타임에도 전혀 질리지 않을 만큼 재미있게 즐겼다.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어두운 세계관을 탐험하는 재미가 상당했고, 특히 스토리와 연출, 음악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깊은 몰입감이 인상적이었다. 다소 잔인함과 선정성이 들어 있지만, 게임의 컨셉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몰입도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잘 사용되었다고 느꼈다. 환생 시스템으로 인해 노가다가 필요하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지만, 이를 감수한다면 성장하는 쾌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5점 만점에 4.5점을 줄 만큼 완성도 높고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루프란의지하미궁 #던전RPG #마녀의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