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끼리 계곡에 놀러갔었는데, 부모님이 텐트 치고 자리잡는 동안 혼자 계곡에서 노는데 해녀복 같은 검은 잠수복을 입은 어른들이 강강술래 하듯 깊숙한 데서 깔깔 웃으면서 떠드는 거임. 그거 보는 순간 “저기 가서 놀면 재밌겠다”란 생각이 머릿속에 확 들어오는 거임. “저기 가서 놀면 재밌겠네?” 수준이 아니라 꼭 저기 가서 놀고 싶어 정도로 머릿속에 그런 생각만 가득 차서 멍하니 다가가니까 발이 훅 꺼지는 거임.
그 순간 앞에 있던 잠수복을 입은 사람들 다 사라지고, 놀래서 허우적대는 와중에 엄마아빠만 진짜 목청 찢어질 정도로 외쳤음.
근데 그게 안 들리는 것 마냥 엄마는 그냥 가만히 누워있고, 아빠는 그냥 챙겨온 짐 풀고 있는 거임. 그렇게 체감상 3~4분 허우적대니까 사촌이 나 발견했음.
근데 사촌도 발이 안 닿는 거임. 졸지에 구하러 왔다가 둘 다 빠져서 같이 허우적거리는데, 그때서야 아빠가 발견하고 구해주러 왔는데, 아빠 키가 178인가 그렇거든?
근데 아빠도 발이 안 닿아서 헤엄쳐서 구해줬는데 뭍에 나와서 엄마아빠한테 내가 그렇게 많이 불렀는데 왜 이렇게 늦게 와주냐고 물어보니까, 오히려 부모님이 “무슨 소리하냐”고 자기들은 아무 소리도 안 들었다고 하는 거임.
대충 그렇게 마무리 짓고 나중 가서 나이 먹고 사촌들이랑 대화하는데, 우연히 내가 물에 빠졌던 떡밥이 나와서 그 때 필사적으로 외쳤는데 주변에서 수영하던 사람들도 다 모른척했던 게 어이없었다고 이야기하니까, 사촌이 자기도 내 목소리 듣고 온 게 아니라 잘 놀던 애가 갑자기 안 보여서 찾다가 발견한 거라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