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우리 집 근처에 터널이 있었는데 그게 지름길이었어. 그 때 무슨 살인범인지 뭔지 하여튼 전국수배되는 범죄자가 하나 있었는데 우리 지역으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있따. 이런 뉴스 나올 때였거든.
운동하러 간다고 아침에 빨리 가려고 그 터널을 지나는데, 검은 비닐 소재 츄리닝 같은 거 입고 어떤 놈이 내쪽으로 오는 거야. 평소같으면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등에 소름이 돋으면서 식은땀이 줄줄 나더라고. 찰나 한 10초 정도인데도 저새끼는 뭔가 이상한 놈이다 그런 느낌이 왔다. 스쳐 지나가라 가라 하면서 가는데 그놈이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내쪽으로 와서 내 손목이랑 가방을 잡았음. 다른 손에 뭘 쥐고 있었는데 흉기 비슷한 거였음.
근데 그때 진짜 기가 막히게 폐품 수집하던 할머니가 리어카를 끌고 그 터널로 들어온 거야. 그 할머니도 뭔가 느꼈는지 나랑 그러고 있는 거 보고 리어카 끌고 안 지나가고 턱 서서 지켜봄. 내가 할머니 오는 거 보자마자 손 뿌리쳤는데 그새끼가 나 노려보면서 가던 방향으로 바로 빨리 걸어 나감.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이상했어. 그리고 한 며칠 뒤에 검거되서 뉴스에 나오는데 내가 만난 그새끼인 거야. 옷은 달랐는데 수염이랑 얼굴이 똑같았다. 그래서 수배 전단 같은 걸로 어찌 잡나 했는데 한 번 본 사람은 잊을 수가 없구나 그런 걸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