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국에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싸늘한 영원과 처참할 만큼 우울한 무뿐이다.
수조 년 동안 생명체들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살아갈 것이다.
우주에 생명이 등장할 확률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우리가 아는 항성들과 초신성들은 지난 130억 년 동안 폭발한 별들의 잔재를 재활용해 만들어진 것이다.
대형 항성이 사멸하면 그 중심에 있는 핵이 주기율표를 따라 원소들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수소를 헬륨으로, 헬륨을 리튬으로, 리튬을 베릴륨으로, 베릴륨을 보론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처럼 죽어가는 별들의 재 속에 남는 원소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탄소, 철, 산소, 금 등이다. 우리들은 문자 그대로 별의 자손들이다.
별이 넘치는 시기는 14우주십기(10^14년), 즉 우주가 지금보다 1만 배 더 나이를 먹을 때까지 계속된다.
100조 년째가 되면 최후의 항성이 꺼지고 새 항성을 만들 수 있는 연료의 공급도 끝난다. 만약 이때까지 생명이 존재한다면 모든 은하계에서 얼마 남지 않은 열원을 찾아 떠나는 대규모 이주가 시작될 것이다.
30번째 우주십기(10^30년)가 되면 물질 자체가 위기에 처한다. 양성자는 항간의 믿음과 달리 영원하지 않다.
양성자의 평균 수명은 10조년의 1조배의 1조배의 1조배로 길뿐이다.
프레드 애덤스가 말하듯 “양성자도 영원 앞에서는 금방 사라진다.” 40우주십기(10^40년)가 되면 존재하는 것은 블랙홀 뿐이다.
블랙홀은 절대영도(-273.15도)보다 천만분의 1도 높은 열을 발산함으로써 전 우주에서 가장 뜨거운 지점으로 남는다.
100우주십기(10^100년,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양성자 개수보다 큰 수)가 되면 최후의 블랙홀도 죽음을 맞이하고 암흑 시대가 도래한다.
물질도 열도 빛도 별도 없고 별의 잔해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남는 것은 전자와 양전자, 중성미자와 광자 등의 기본적인 입자들 뿐이다. 이것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우주 전체에 퍼진다.
그리고 그 상태로 영원히 지속된다. 이제 흥미로운 일은 단 하나도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