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달 전에 잡은 새끼 수컷 사마귀를 개운죽에서 키우고 있어. 원래 사마귀한테 개운죽은 짱 좋은 공간이야. 사마귀는 몸이 좀 숨겨지는 공간에서 편해하고 계속 있으려 하거든. 근데 어릴 때는 개운죽에 붙어서 안 나오던 녀석이 요즘은 집 안을 돌아다니고 날아다니고 있어. 암컷 사마귀에서는 못 본 행동인데, 수컷 사마귀는 성충이 되니까 돌아다니기 시작했어. 내가 알기론, 성충이 된 암컷 사마귀는 좋은 장소를 찾으면 거기에 계속 있으면서 수컷만 기다리는 거야. 우리집 수컷 사마귀는 번식을 위해 어딘가의 암컷을 찾아다니는 거 같아. 집의 암컷하고 짝짓기 한 지 며칠 되었는데도, 다시 암컷을 찾아다니면서 많은 자손을 남기려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어.
수컷 사마귀가 암컷보다 빠르게 사라져가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겠어. 가끔은 이런 녀석처럼 목숨을 바칠 정도로 삶의 목적과 사명이 확실한 존재가 부러울 때도 있어. 사마귀의 모든 생명활동은 결국 자손을 퍼뜨리는 거로 귀결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번식만을 위해 살지 않아. 인간은 강한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어서 삶의 방식이나 목적이 다 다르거든.
자유를 가지고 있어서 스스로 삶을 정할 수 있는 건 좋지만, 그만큼 스스로 삶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정의해야 해. 이성을 통해 삶의 주체성을 깨닫는 건, 평생에 걸쳐 답을 찾아야 할 큰 문제를 주는 거 같아. 결국, 사마귀처럼 명확한 사명을 갖지 않고, 스스로 삶의 이유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