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애가 있었어. 같은 반이었고 그 애 성은 안씨였어. 키는 작았지만 긴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청순한 스타일이었어. 그때 보자마자 호감이 들더라고. 그 애가 나를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쉬는 시간마다 얘기하고 친해졌어. 하교할 때도 종종 같이 갔고, 서로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었어. 나는 그 애에게 고백할 준비를 하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어. 예전부터 친했던 친구들이 다른 일진들이 되면서 무언가 꼬였어. 그들이 나와 그 애가 서로를 좋아한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그 소문이 2학년 전체에 퍼졌어. 그때 나는 중2라서 사춘기였고, 그런 상황에서 애들이 놀리는 걸 참을 수 없었어. 그렇게 하찮은 자존심 때문에 그 애 앞에서 “너 안 좋아한다”고 소리쳤어… 그때 그 애의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 웃으려 애를 썼지만 눈빛은 뭔가 슬퍼보였어. 그날 이후로 우린 급격히 어색해지고 결국 지나가며 인사만 하는 사이가 됐어.
우린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20살 때 나는 카페베네에서 알바 중 그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어. 그런데 옆에는 애인이 있었지. 난 웃으면서 주문을 받았지만 서로 어찌나 어색하던지… 그날 새벽에 마감하고 집에서 그때를 떠올리며 울었던 기억이 난다. 너희들은 나같이 후회하는 일 없었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