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군필 대학생입니다. 급하게 책을 사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단기 알바를 찾아보다가 “4시간 상쾌한 아침 알바 1일 가능”이라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1시간 뒤에는 내일 나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알바는 올리브영, 스마일보이, 주말 편의점 아침 근무, 피시방 야간 근무 정도만 해봤는데, 이번 알바도 그냥 대충 일하고 돈을 마련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침 4시 30분에 기상해서 버스를 타고 공단 쪽으로 갔는데, 공동 버스가 없어서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새벽에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타더라고요. 그 중에는 중국인들도 꽤 많았습니다. 버스 안은 춘장 냄새가 가득해서 내렸고, 대기하는데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어기적어기적 다가오더니, 여자가 절반이라 일이 생각보다 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조장인 듯한 분이 나에게 “너는 이제부터 트럭 4대에 택배를 실을 거다. 테트리스 하듯이 쌓아주시면 됩니다” 라고 하더군요. 네라고 대답하고 사이렌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컨베이어로 엄청난 양의 택배들이 쏟아졌는데, 그 중에서도 내 택배는 412, 413, 414, 415… 419까지 전부 내가 처리해야 할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ABC로 구별되어 있어서 처음 한 시간은 물건을 분류하는 데만 정신을 쏟았습니다.
내가 계속 가져가지 않으니까 뒤에서 고함을 지르며 분류를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분류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더군요. 원래 성격이 느긋해서 이제는 옆자리나 앞자리 아재가 내 자리로 택배를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재앙의 전조에 불과했습니다. 입은 땀으로 바싹 마르고, 물이 필수라는 공고 글귀가 떠올랐을 때 이미 물을 들고 오지 않아서 탈수 증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엄청난 택배가 쏟아지고, 분류하는 데도 정신이 팔리는데, 옆에 있는 아재들은 여유롭게 테트리스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무조건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갑자기 “쉬는 시간입니다”라고 하면서 택배가 끊겼습니다. 난 일단 온 몸에 땀을 흘리면서 탈수로 제 정신이 아니라 창고를 돌아다니며 물을 찾았지만 없었습니다. 밖에는 공단이라 편의점도 없었고, 내 인생은 여기서 끝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화장실이 생각났고, 급히 화장실로 가서 세면대에서 물을 받아 입에 쑤셔넣었습니다. 사방에서 찌린 냄새가 났고, 물은 오염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물을 채우고 나니 “아, 살 거 같다”고 생각하며 웃었더니 옆에 앉아 있던 여자애들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년들은 뭐 하는 거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멀리 내가 일하던 자리를 봤는데,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정리한 반면 내 자리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이대로 도망가면 고소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쉴 틈도 없이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럭 두 대 정도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니 이럴 수가 순식간에 트럭 하나가 완성품처럼 정리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계속 하다보니 배경이 눈에 들어왔는데, 무서운 관리자 아재가 무슨 딴 짓을 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일이 끝났다고 하더군요. 나는 여기 왜 있는 건지 생각하다가 허리가 안 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온 힘을 다해서 일어섰더니 파란색 쿠팡 직원들이 몰려왔습니다. 내가 맡은 트럭 4대에 쿠팡 직원들이 오자마자 욕은 안 하더군요. 대신 “와, 이게 뭐야?” “아… 하…”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지막 트럭 기사분은 분류를 포기하고 거의 절반을 컨베이어로 보냈습니다. 그 후 뒷정리를 하면서 여자애들과 남자들의 일의 차이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남자들은 무거운 택배를 들고 다니면서 컨베이어를 옮기고, 여자들은 빗자루를 들고 먼지를 쓸고 놀고 있었습니다.
집합하고 해산할 때에는 나한테 내일 출근하실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하고 나왔습니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온 몸이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군대에서 작업하는 것은 애들 장난이었다고 생각했고, 돈을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습니다. 4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하루였습니다.
그 뒤로 일주일 동안 근육통에 시달렸습니다. 대충 3만 5천원을 받아서 책을 산 건데, 내가 어떤 돈으로 산 건지 생각하며 3회독했습니다. 쿠팡 플렉스 알바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