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가족 중 암 환자가 있었는데 저희 어머니입니다. 약 2년 전, 초여름이던가요? 나는 2층에 있었고 어머니는 3층에서 살았습니다. 어머니가 계단을 내려오시는 발소리가 들렸는데, 그 발소리가 힘없이 터덜터덜 소리로 들렸어요. 당시에는 2층에서 핸드폰으로 뉴스를 읽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계단을 내려오고 계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얼굴이 너무 아프게 보였어요. 이전까지 어머니는 건강하시고 아무런 이상이 없었거든요. 어머니 어디 아프세요? 라고 물어봤더니, 체하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어머니에게 약을 먹었냐고 물어보고, 병원에 가라고 말한 후에 다시 내 방으로 들어와서 웃으며 뉴스를 읽었어요. 다음 날, 어머니의 상태를 걱정하면서 다시 올라가 봤는데, 그때는 누워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3일이 지난 어느 날, 집을 나갈 때 어머니를 보게 되었는데, 어머니가 나으신 것 같다고 하시면서 웃으며 방으로 들어가셨어요.
그런데 문제는 다음 아침에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어머니의 얼굴이 황달이 왔다고 하는 거였어요. 우리는 당장 동네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았고, 병원에서는 큰 병원으로 가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소견서를 써 주셨어요. 그래서 근처의 S 병원으로 가서 몇 가지 검사를 받았고, 의사는 암이 거의 확실하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에게는 암이란 질병이 완치될 수 있다고 하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검사 결과를 묻는 이모의 전화를 받고 나서 저는 울음을 터뜨렸어요. 암이 갑자기 찾아온 것에 망연자실했지만,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는 희망을 품고 치료에 임하게 되었죠.
의사는 개복수술을 권했지만, 어머니의 연세가 있고 복부 대동맥 근처에 기형적인 다른 동맥이 있어 개복술이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 아는 인맥을 동원하여 Y 병원에서 복강경 수술로 담낭, 담도, 췌장의 절반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게 되었어요. 이 과정에서 6군데의 림프구나 림프절도 광범위하게 제거되었고, 수술 전 간에서 전이 소견이 없어야만 수술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었어요. 의사는 수술 중에 전이 소견이 없다면 수술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고, 수술 후에는 각 조직에서 정밀 검사를 하여 간 쪽 림프에서 전이 소견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었고, 이 후로 15일 정도가 지났습니다.
의사는 항암 방사선 치료를 권하였고, 방사선과 항암 치료를 정확히 기억하지는 않지만, 10회 또는 12회 정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어머니가 항암 치료를 힘들어 하셔서 8회차쯤에 중단하고 (2-3일 동안) 치료를 하지 못하셨습니다. 어머니는 구토와 탈력감으로 고통을 겪고, 몸무게도 계속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항암 치료가 끝난 후 6개월 동안은 소화도 잘되고 다른 문제도 없어서 가족들끼리 여행을 가거나 시골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어요.
그러나 6개월이 지난 후에 정기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간에 크기가 약 1cm 정도인 종양이 발견되었다고 하더군요. 의사는 항암 치료 대신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할 것을 권하였습니다. 간에 있는 종양을 제거한 뒤, 다행스럽게도 K 항암제가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와서 수술 후 한 달 정도의 회복 기간 뒤에 K 항암제 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K 항암제를 맞은 후 일주일 뒤, 어머니가 갑자기 고열과 불편함을 느낀다고 했어요. 저녁 시간에 119에 신고를 하고 급하게 Y 병원으로 입원하였는데, 입원 사유는 전신폐혈증이었습니다. 며칠 후, 담도가 다시 막혀서 배액술을 다시 시작하고, 3주간 폐혈증 치료를 받았습니다. 의사는 폐혈증 치료 후 어머니의 상태를 봐서 항암 치료 기회가 아직 있다고 했지만, 폐혈증 치료 4주차에 갑자기 호스피스 병동을 알아보라고 하더군요. 이미 전신에 암세포가 퍼져있어서 어떤 치료도 불가능하다는 소견이었습니다.
분명 몇 일 전까지만 해도 치료 기회가 있다고 했는데, 어머니를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놀랐고,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상태가 위험한데 의사와 싸우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했죠. 호스피스로 옮기려고 했는데 호스피스 병동도 대부분 만실이어서 한달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어요.
여러 곳에 호스피스 병동 신청을 했고, 약 3일 후에 여의도 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리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병원의 담당자는 계속해서 빨리 옮기라고 압박했고, 한 주가 지난 후에는 아버지가 계신 병원에서까지 전화해서 빨리 병원을 옮기라고 압박하였습니다. 그런데 웃긴 건,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긴다면 장기 입원 환자의 경우 항생제 내성 바이러스 검사를 해야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가야 일부 병원에서 입원이 가능한데, Y 병원에서는 이 검사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댄 것 같아서 처음으로 담당자와 전화로 싸웠습니다. 결국은 문제가 생긴다면 집에서 모시겠다고 말하고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성모병원은 정말로 많은 도움을 주셨고, 아마도 종교적인 신념이 없었다면 천주교로 개종했을 것 같아요. 그 정도로 고마웠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수녀님들께 정말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절대로 본인에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셔서는 안돼요. 언제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좋은 병원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상시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세요. 그게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