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 쓰고 집에 가서 혼자 치맥하려고 퇴근 중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20대 중반처럼 보이는 세 놈이 시끄럽게 등장했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전화하면서 욕을 오질나게 하더라. 옆에도 어르신들이 많았어.
그리고 나중에 회기에서 두 명이 탑승했어. 이 사람들은 30대 같았는데 그냥 근돼가 아니라 투기종목을 하는 것 같은 포스를 풍겼어. 체지방이 적당하고 키는 180 넘고 냉장고 같은 놈 둘이었어. 얘네가 타니까 세 놈은 야리면서 기싸움 모드로 들어갔어.
찐 운동 맨들은 무시하고 조용히 자기들끼리 간간히 이야기하면서 폰질하는데, 통화하던 세 놈 중 하나가 갑자기 대뜸 폰에다가 욕을 하면서 “그러니까 내가 간다고!!” 이러고 소리쳤어. 여기서 운동맨들 표정이 굳고 야리기 시작했어.
일촉즉발의 상황.
그런데 갑자기 도봉산에서 딱 위 사진 분위기 풍기는 유쾌한 스냅백 흑인 두 명이 탑승했어. 둘 다 키가 최소 195 정도고, 한 놈은 아예 넘사벽으로 큰 놈이었어. 딱봐도 로이더의 팔뚝과 어깨뽕 같았어. 허벅지도 그냥 헬스 잡지에서나 나오는 그런 풍.
이 두 놈이 타는 순간 지하철의 분위기가 바뀌더라. 그 전까지 기싸움하면서 전화하던 문돼 3명, 운동맨들, 한마디 할까 대기하던 어르신들까지 모두 흑인 앞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
문신돼지 3인방이 폰질을 하면서 전화로 소리를 크게 하니까, 흑인들이 깜짝 놀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뒤를 돌아보면서 이해가 안된다고 쳐다봤어. 그러면서 “오우 왓 더?” 이러더라.
무려 종로3가에서부터 도봉산까지 끝도 없이 욕을 하고 언성 높였는데, 흑인들과 눈 마주치자마자 다음 역 망월사 도착하기도 전에 폰을 바로 끊더라.
흑인들은 다음 회룡역에서 내렸지만, 한 번 바뀐 1호선 내의 분위기는 죽어버렸어. 아무리 운동을 하고 욕을 해도 흑인 앞에서는 모두 소녀가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