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존감이 낮았는데, 이를 회복하는 데 오래 걸렸어. 모든 게 나 때문이라고, 내 마음가짐 때문이라 생각하니까 그랬던 것 같은데,
너무 자기 탓만 했던 것 같아. 나는 그 전에도 내가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랑의 기준이 나 자신의 목표 달성이었고, 그 다음으로 남들과의 비교였어.
그래서 내가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또는 남과 비교해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고 여겨질 때, 자존감이 올라갔는데, 그게 어느 정도 노력으로도 항상 됐었기 때문에 점점 그런 방식으로 자존감을 채우는 게 익숙해졌고, 나중에는 좀 극단적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그 방식이 깨졌을 때, 자존감이 정말 바닥이었는데 (내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그 목표를 달성한 다른 사람을 봤을 때), 그때 나는 이미 자기 자신만 탓하고 있더라.
그때 좀 놀랐어. 내가 너무 작아진 것 같고, 하나도 안 멋있어보이고, 자신감도 없어지고, 밖에서는 웃고 집에서는 울고. 내가 나를 사랑해왔다고 생각했어서 더 힘들었어. 자존감 높이는 영상들에서도 하나같이 본인을 사랑하라고 하는데, 그런 영상 보고 있으면 “나는 나를 사랑하는데?”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거든. 근데 생각해보니 이랬던 건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던 것 같아.
그때 좀 쉬는 시간을 갖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보냈는데, 사실 그 시간 동안에도 자존감이 회복되진 않았던 것 같아. 그냥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와 충격으로 인한 아픔이 조금 무뎌진 것 정도? 그래도 그런 시간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라”는 거야. ‘Love yourself’는 나에겐 ‘자신을 받아들여라’였어. 내가 나를 알아야 한다는 거. 이걸 깨닫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 아마 자존심 때문이었던 것 같아. 그냥 받아들여. 지는 것 같고, 자존심 상해도. 그게 지금 나인 걸 어떡해? 나는 이런 사람이야.
여기서 또 비관적으로 자기 탓을 하면 반복이겠지? 자신을 받아들였으면, 그 다음부터는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생각해봐야 해. 이것도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몰라. 그래도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일단 자기가 자신을 받아들이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적어도 괴롭거나 후회하진 않을 거야.
나는 좀 야망가여서 물러설 수 없었어. 그래서 내가 아픔을 겪었던 그 목표에 다시 도전하고 있어. 내 상황을 받아들이니까 좀 더 객관적으로 나를 볼 수 있었고, 나에게 부족했던 점, 필요한 점을 하나둘 채워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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